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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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회사 책상 위에만 놔뒀던 책을 오늘에야 읽었다. 한번 잡고 3시간 정도 걸려 완독했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을 줄은 몰랐네.
경영학에 대해선 잘 모른다. 대학시절 경영학과 수업 프린키피아 매니지멘타
를 수강해 본 적은 있다. 피터 드러커
가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고교 야구 여자 매니저가 영감을 받아 야구부를 성공시키는 그저 뻔한 이야기겠거니 했다.
읽어보니 뻔한 이야기 전개는 맞다.이게 뭔 근데 이 책이 가지는 힘은 그 뻔한 이야기의 큰 틀 안에 어려운 경영학 이론을 구석구석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구성해 놓았다는 것이다. 경영학 기초 과정으로 어려운 용어들 잔뜩 섞어 가며 배울 내용을 2-3시간 정도 흥미로운 영화 한 편으로 만든 것 같다.경영학 이야기인데 마지막에 슬픈 이야기는 반칙 아니오 ㅠ
느낀점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라
이 책의 가장 출발이 되는 명제이기도 하면서 피터 드러커
의 매니지먼트
에서도 기본 골자로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미 여러 좋다는 강의에서 수없이 들어본 말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진리는 언제나 상식에서 출발하고, 우리는 그 상식을 명망있는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때 다시금 깨닫게 되는게 아닌가. 이 책의 서술을 통해 고교 야구부의 고객의 누구인가를 주인공이 질문하는 과정에서 점점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진다.
고객이 원하는 걸 들어라
듣는 것의 중요성은 누구나 설파한다. 반대로 말하면 그게 그만큼 잘 안되고 힘들다는 것인가 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무릎을 탁 쳤던 부분 중 하나는, 주인공이 야구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실천할 때 꼭 본인이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보다 남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는 유키라는 친구를 통해 마케팅
(들어주기)를 한다.1 뭐든지 관리자가 다 해야한다는 착각을 가진 보스들을 많이 봤다. 꽤 시사하는 점이 있었다.
나는 왜 야구를 하고 있나
들어주기 과정에서 야구부원 중 한 명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자신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민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야구를 잘하고 꾸준히 주전으로 뛰었지만 자신은 한 번도 야구가 재미있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고, 최근의 실책을 통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왜 야구를 하고 있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난 이 대목에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15년차 개발자로 살면서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기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들이 점점 식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투영 되었다.2
전문가에게는 매니저가 필요하다
이 부분도 무척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첫번째는 전문가와 매니저의 불명확한 구분이다. 직장생활을 해보면 실제로 관리자가 관리자가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오히려 전문가에 가까운 사람들이 관리를 맡아 조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두번째는 매니저는 전문가의 윗사람이면 안된다는 점이다. 어디나 그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분야의 전문가가 있는데 오히려 관리자가 그 위에서 군림할 경우 조직은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간다. 이 두 경우 모두 내가 다녔던 회사들에서 몸소 깨달은 경험이라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이 최대의 자산이다
고전이고 좋은 얘기지만 머리로만 이해하지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람이 최대의 자산이라고 말하는 관리자는 많이 봤지만, 나부터도 진심으로 사람을 자산이라 여기는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이 말을 꼭 새기고 싶었다. 책에서 인용하는 매니지먼트의 첫 구절도 매니저의 자질
, 즉 진지함
을 꼽는다. 그 말이 맞다. 진심은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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