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주차장 - 누가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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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 서울에서 새로 시공되는 주차장에는 여성전용주차장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자와 여자에 대한 형평성의 논란들 중에서 - 예를 들어 군가산점 문제와 같은 - 하나일 것이다. (사실 난 이런 문제가 말이 많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여성부 폐지논란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쟁점들 중에서 이번에 나온 여성전용주차장 아이디어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행정과 경제논리의 멋진 합작 아이디어라고나 할까? 서울시는 여성들의 호감을 끌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오세훈 시장의 멋진 공적을 하나 추가해 준 것으로 만족하고, 백화점이나 기타 회사의 입장에서는 돈 안들이고 마케팅 효과까지 거둘 수 있으니 서로가 좋은 셈이다.
어딘가 모 블로그에서 차라리 저런 정책을 쓸 바에는 발레파킹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주차관리인을 더 쓰면 좋겠다고 쓴 것을 보았다.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인건비 더 들어가는 그런 정책보다는 분홍색으로 선 색깔만 바꿔놓고 생색낼 수 있는 저런 상품이 더 끌릴 수 밖에 없으며, 저런 멋진 아이디어를 서울시에서 창안해서 의무화까지 시켜 주었으니 더할나위 없을 따름이다.
과연 여성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궁금하다. 분홍색 선으로 여성들의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또 그걸 의무화까지 시켜서 그들의 운전미숙을 - 이 생각조차도 고정관념일 수 있지만 이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한 - 커버할 수 있게끔 나라에서 알아서 척척 해주는 것을 고마워할까? 하긴 없는것 보다는 낫다는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좋지 아니한가? 대신 남자들에게 들으면 다르겠지만…
여성전용주차장 의무화라는 것을 들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여성들이 만족하는 것에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불만을 과연 충분히 고려한 정책일까라는 것이었다. 과연 예측대로 인터넷 각종 블로그나 게시판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항상 그런것처럼 그냥 찻잔속 폭풍으로 한번 흘려들으면 그만일 것이다.
이번 정책에는 정부와 경제의 논리가 잘 맞아떨어졌지만 정작 국민의 논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3살짜리 애를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맡겨 놓으면 엄마는 편하고 아빠도 편하겠지만 정작 아이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서울시도 멋진 아이디어를 냈고 백화점이나 마트도 최대고객인 여성들에게 돈안들이고 생색을 내겠지만 과연 거기에 정작 당사자인 국민들의 의견은 눈꼽만치도 반영이 되었으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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