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호와 한국 코미디의 변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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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호라는 캐릭터가 있다. 개그콘서트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지난번에 얼핏 보았는데 엊그제 개그콘서트를 보다가 새삼 놀라게 되었다. 소녀시대를 비판하는 말이었는데 “걔들 노래보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라면서 비꼬는 내용이었다. 놀랍다. 방송에서 그것도 공중파에서 말이다. 지금 변하고 있는 대한민국 미디어 추세와 꼭 들어맞는다.
무한도전, 1박2일이 왜 인기를 끄는걸까 생각해 보자. 바로 리얼버라이어티… 지긋지긋한 연애인들의 꽃다운 일상만 소개하고 비현실적인 환상적인 세계만 소개하던 프로들(e.g. 대표적인 예로 연예가중계)을 보면 이제는 실증이 난다.
물론 근거없는 루머들이 연예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악성댓글이나 묻지마 비난으로 사람의 목숨까지 뺏아가는 일도 벌어지는 시대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의 미디어 문화는 언제나 꽁꽁 숨기고 대충 포장하기에만 급급했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그렇다… 답답하다. 왜 우리가 하는 얘기랑 다른 얘기만 하는 것일까.
미국의 개그는 무척이나 살벌하다. 국회의원이고 대통령이고 그 사람의 이름까지 거론하고 마구마구 씹어대고 치욕적일 정도로 풍자한다. 그게 꼭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정치에 대해 어쩌구라고만 해도 바로 방송국으로 높으신 곳에서 전화부터 오는 우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사실상 슬랩스틱 코미디는 개그의 기초이고, 풍자와 해학은 개그의 최고봉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개그는 슬랩스틱 혹은 성대모사나 말장난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조선시대 탈을 쓰고 양반사회를 풍자하던 해학은 더이상 없다. 그런 면에서 적어도 고급 정치풍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히 비판하고 꼬집는 그런 지금의 모습이 수준있는 개그문화 정착의 첫발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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