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게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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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축구에서는 공을 손을 잡지 않고 농구에서는 공을 튀지 않고 세발 이상 이동하지 않는다. 게임이라는 것은 그 구성원들이 그 룰을 지킬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그 룰을 지키는 사람이 점차 사라지면 우리는 새로운 게임을 해야 한다.

(총 맞고도 안죽으면 게임이 안된다)

얼마전 떨어지는 집값과 치솟는 전세값에 대한 기사를 보다가 유독 눈에 띄는 댓글을 하나 발견했다. 젊은 사람들이 세금도 안내고 책임감도 없이 집을 안사니까 집값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전세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곤 자신은 힘들게 평생 돈모아서 집한칸 마련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고 한다. 적어도 젊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과 집을 가진 사람이란 것 정도는 추론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나고 베이비붐 시대를 살아오신 나의 아버지, 삼촌 세대들… 상대적으로 많은 또래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한국경제의 빛나는 발전을 이룩한 그 주역들이다. 그 세대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힘들게 고생해서 우리 가족 몸을 편히 쉬게 할 수 있던 그 집은 분명 그들에게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주었던 것은 사실일거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운다고 그 좋은 의미도 점차 퇴색하기 시작한다. 집이 투자의 가치로 떠로르기 시작했다. 평당 500짜리 집을 하나 사두면 그게 평당 1000만원이 되는 것은 확실했다. 돈이 없어도 걱정할게 없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그만이고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그걸로 갚으면 되니까.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데 왜 미쳤다고 예전에 그렇게 힘들어 돈을 벌었나 싶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줄 알았는데 공짜가 있다. 노동을 투입하지 않았는데 가치가 생산되었다. 신문이나 매체에서는 이걸 재테크 혹은 부동산 투자라는 말로 멋지게 포장해 준다.

(과연 이 물건들이 평생을 바칠 가치가 있는가)

결과부터 말하자면 세상에 공짜가 없다. 100원짜리 연필 한 자루가 있는데 그걸 누가 1000원에 샀다. 옆에 친구들이 그걸보고 멍청하다 했으면 거기서 끝날 일이지만 다른 친구가 그걸 1100원에 산다. 물건의 진짜 가치가 아닌 만들어진 가치로서 물건이 거래되기 시작한다. 이걸 우리는 고상하게 투기라고 불러드린다. 투자랑은 한 끗 차이지만 어감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 투기는 그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계속 투자로서 그 명맥을 유지한다. 몇 년 전까지의 대한민국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회사에서 중역 혹은 고위직으로서 이 사회의 기성세대가 되었다. 반면 젊은 세대가 이제 세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한 쌍의 남녀가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집을 사려니 3억, 4억… 억억한다. 일년 바짝 벌어도 연봉이 몇 천 만원인데 그 집 한칸 구하려면 부모 도움을 안받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놈의 나라에선 친절하게 돈을 빌려준다고 그걸 빌리면 문제가 해결된단다. 사회 나와서 겨우 대학 등록금 갚으려고 하는데, 이제 집값으로 평생을 빚 갚으며 살라고 한다. 평생을 일만하며 소처럼 살라는 기성세대의 얼마나 고마운 대물림인지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결국 시멘트 덩어리인 그것 하나를 가지기 위해서 말이다.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그걸로 해외여행가고, 좋은 공연 한번 더 보고, 맛있는 외식을 할 수가 있을텐데 말이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젊은 세대로 하여금 기존 게임의 룰을 따르지 않게 만들고, 드디어 게임의 법칙이 깨지기 시작하게 한다. 집값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씁쓸한 단면)

지금의 매매 수요의 감소, 전세값의 폭등은 결국 이 게임의 법칙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거품이 빠지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물건이 제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기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비참한 고통이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무작정 정책을 펼친 위정자들의 잘못인가? 아니면 마지막 폭탄돌리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잘못인가? 어찌 되었건 게임의 법칙은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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