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 한국 영화계에 뭘 던지나?

업데이트:

그렇게 말도 많고 논쟁거리도 많은 영화 디워를 보고 왔다. 사실 나는 이렇게 논쟁거리가 될 이유가 뭔지 찾지를 못하겠다.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뭔놈의 로봇이 저렇게 빠르게 변신할 수 있냐면서 비판하지도 않았고, 공포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살인을 많이 하는 놈이 세상에 어딨냐며 되물어 본적도 없다. 또한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멍청한 주인공에게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의 글을 블로그에 남겨 본적도 없다.

SF(Science Fiction)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서 돈주고 표를 끊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과학이 만들어낸 공상과학영화를 120분 동안 즐겁게 보고 왔다. 스토리가 어떻네 감독의 출신이 어떻네 이런 말을 왈가왈부한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우습게 보인다. 심빠니 뭐니 하는 용어를 만들어낸 누리꾼들도 우습고 영화평에 스토리 부실이니 뭐니 써댄 평론가들도 우습기 짝이 없다.

이송희일 감독이 구설수에 올랐다. 하긴 개인 블로그에 자기의 생각을 올린거 하나 가지고 마녀사냥이나 당하듯이 누리꾼들의 목표가 된다는 사실에 대한민국의 IT 문화가 새삼 무섭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누리꾼보다 그걸 마치 제3자의 입장인냥 보란듯이 뉴스에 올려놓는 네이버나 다음의 뉴스기자가 더 무서운 사람이다. 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하나로 모든 사람들의 비판의 대상이 된 이송희일 감독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이송희일 감독은 패자이다. 그가 얼마나 영화학적으로 대단하고 고품격적인 영화를 만들었건, 혹은 영화계에서 그의 영화성에 엄청난 찬사를 보낸다고 하여도 그의 영화가 흥행하진 않았다. 심형래 감독이 개그맨 출신이니 영화학의 영자도 모른다고 해도 그의 영화는 지금 흥행을 시작하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팔리지도 않는 영화 몇편 그들만의 축제에서 수상했다고 스스로 자기만족하는 사람은 패자다. 불쌍하지만 내 눈에는 충무로는 전형적인 패자의 컴플렉스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디워가 이렇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현상을 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충무로의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던 그들이 이번 디워 사건을 바탕으로 제대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어차피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영화계가 진정으로 실력있고 경쟁력있게 발전하길 바란다. 이번 진통이 좋은 필터(어떤 의미로 해석해도 좋지만)가 되길 바란다.

카테고리:

업데이트: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