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트 쥐스킨트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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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이 원작을 읽어보지 못했다. 영화로 처음 이 ‘향수’라는 걸작을 접하게 되었다. 책으로 보지 못하였기에 오히려 더 안타깝다. 원작의 감동을 글로써 읽어보고 싶다. 조만간 책을 통하여 다시 한번 읽어볼 계획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 또한 훌륭하기 때문에 책을 통하지 않은 사람은 영화를 보길 바란다. 영화는 톰 튀크베어만의 작품세계를 잘 펼쳐보여주며 영화 자체만으로도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극도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트
항상 이런 류의 영화들이 나에게는 그러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멍하니 검은색 배경의 흰 글자속에 수없는 사람들이 스쳐갈 무렵,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에 엔딩을 미쳐 느껴보지도 못하고 나오면서 영화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단 한번도 극장에서 엔딩 스크립트가 올라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람들도 사람들이지만 당장 여자친구가 손을 끌고 일어나니… -_-)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멋진 부분은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파리로 돌아가면서 흘러나오는 멘트이다. 그는 정작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었다. 그는 이제 왕이라 하더라도 그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게 만들 힘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과 다른 사람을 매혹시키는 향수를 만들었지만 정작 그는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천재가 느끼는 공허함이랄까? 혹은 그 천재가 자신의 최종목표를 달성하고 난 이후 목표의 상실감이랄까? 석양이 지는 언덕을 따라 멀리 어둑어둑 보이는 파리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에서 난 그러한 복잡한 심경을 잠시 공감해 보았다. 세상의 향기를 향수로 만들 수 있을까? 13명의 아름다운 여인들의 죽음의 댓가로 완성한 그의 최고의 향수… 또한 그 향수의 힘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까지 한 이후 그에게 남은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완벽한 성취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향수제조가(원문으로는 perfumer)가 되었다는 자부심?
톰 튀크베어 감독은 천재의 마지막 상실감의 심정을 너무 잘 드러냈다. 몇 방울을 손수건에 떨어뜨리는 것 만으로도 수천의 군중을 취하게 만든 그의 향수… 마지막 장면에서 그 향수 전부를 자신의 몸에 쏟아붓는 그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때의 그의 표정은 최종점에 도달했다는 안도감일까 혹은 세상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린 체념일까? 대단한 배우이다. 주인공 벤 휘쇼는… 그는 마지막 장면의 표정에서 이 어려운 두가지 표정연기를 한번에 보여준 듯하다.
주인공 장바티스트 그루누이가 처형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천재의 카리스마가 대중을 압도한다. 단 몇 방울로 취해버리는 수천의 대중들을 감독은 신경써서 잘 묘사했다. 영화의 전체를 안보고 마지막 이 장면만 본다 하더라도 주인공이 만든 향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엑스트라들의 나체연기 또한 일품이다. 그런 것을 상상이나 했으랴? 실행에 옮긴 감독과 스탭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살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였지만 괴기스럽지는 않다. 잠시나마 아름다운 영상 속에서 천재의 고뇌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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