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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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친구들을 만나 너는 어느 곳으로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모두들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바로 ‘그냥 받아주는 곳’이다. 앞으로 21세기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서 이런 나약한 소리가 나온다고 실망하는 어른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 또한 내 친구들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내가 뚜렷이 어느 회사 어느 직종을 가고 싶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경력사원을 원하고 일정 이상의 학력을 원하고 소위 바늘구멍 현실을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당장 심리적으로 불안한 대학교 4학년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직종과 직업, 그리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보라고 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일지 모른다. 고시를 준비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회사를 입맛대로 골라서 가라는 것은, 지금 같은 시대에는 소위 ‘미친 소리’이다.

이력서를 여러 군데 넣으면서 느끼는 점은 현실은 충분히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말로만 듣던 학력, 이력의 차이를 충분히 실감하기 시작했다. 도피유학이네 뭐니 하면서 욕해도 당장 외국 체류 1년 경력은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는 한 줄로 이어지고 그것은 그 한 줄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수많은 대졸자 가운데서 지방대와 서울권 대학의 차이, 그리고 ‘SKY’라고 불리는 곳과 ‘기타’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대학의 차이,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어느 글에서처럼 실직이라는 것이 당당한 우리나라의 한 젊은이를 그렇게도 힘없이 보이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처한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취업의 어려움이 단지 한 개인으로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꼼꼼히 짜인 지금의 현실은 앞으로 개척하고 들어와야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찬 꿈을 향해 노력하기’보다는 ‘받아주는 곳으로의 가는’ 사람들을 만들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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