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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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언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나도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있어 했지만 요즘 부는 이런 트렌드는 정말 아니다. 어떻게 생각의 사고가 이토록 단순함에 그칠까하는 생각이 든다. 싸이월드나 기타 매체를 통해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돌았다고 어떻게 정말 한순간에 이것이 진실처럼 받아질 수가 있단 말인가? (전에는 이것이 이슈되지 않았다.)

이건 단지 유행의 정도가 아니다. 사고의 방식은 유행이 아니다. 저번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언론들이 아무런 비판없이 무조건 탄핵은 나쁘다는 방송때문에 ‘탄핵 = 나쁜것’이라는 아주아주 단순한 사고를 행하던 것과 다를바가 없다. 나도 탄핵의 반대자였지만 단지 유행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탄핵뿐만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이 순진해서 그런건가? 어찌 작은 트렌드에 사고방식까지 바꿔버릴 수 있단 말인가? 한국 사회는 정치하기 참 좋다. 이렇게 순진한 시민들이… 방송에서 조금만 몰아주면 그렇게 생각해 버리니 말이다.

“한국 남자는 뉴스를 보면서 멍청해지고, 한국 여자는 드라마를 보면서 멍청해진다.”

[혈액형의 재발견 - 뉴스메이커 2004-09-13 15:15]

우린 피 갖고 논다

서울 여의도의 한 주점. 중년 직장인들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대통령, 왜 그렇게 말이 많냐. 또 무슨 발언을 할지 마이크 잡을 때마다 내 가슴이 철렁거린다.” “그게 다 노대통령 혈액형이 O형이라서 그래. O형의 특징이 직선적이고 솔직한데다 항상 도전적이고 승부욕이 강하거든” “맞다. 클린턴도 O형이라더라. 그 사람도 말이 많잖아. 리더십도 있고 바람기도 있고”

10대들이 보는 잡지의 ‘혈액형별 연애작전’ 등에나 등장했던 혈액형이 이젠 중년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인터넷에는 ‘혈액형 심리테스트’ ‘혈액형으로 점보기’ 등 혈액형 관련 각종 카페와 사이트가 수백개 운영중이며 ‘혈액형별 비즈니스’ ‘혈액형 인간학’ 등 관련 서적만 수십권이다. 교육전문 채널인 JEI스스로방송은 지난 7월 일본의 혈액연구가 노미 도시타카 씨를 초대해 ‘혈액형으로 아이 성적 100% 끌어 올리기’란 특집 프로그램을 6회 연속 방영해 호응을 얻었다. 엄마들은 “우리 애는 느긋하게 지켜봐야겠구나” “동기부여가 중요하네” 등 마치 대단한 계시를 들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마케팅에도 혈액형 바람이 뜨겁다. 속옷전문 브랜드 ‘좋은 사람들’은 혈액형에 맞는 속옷을 제안했고 백화점에서는 혈액형에 따라 어울리는 향수를 골라주는 프로모션도 했다. 혈액형에 맞는 다이어트법은 물론 각종 진료에 활용하는 병원도 등장했다. 서울대학병원은 피전문 혈액클리닉을 운영중인데 홈페이지에는 초등 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정말 B형 중에 바람둥이가 많은가” “A형이 O형으로 바꾸고 싶은데 피를 갈 수 있나”는 질문이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70년대 말에 언론인 출신의 노미 마사히코가 쓴 〈혈액형 인간학〉이 수백만부 팔리면서 이젠 혈액형 자연치료법까지 등장할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후 혈액심리학자들이 등장했고 혈액형 껌, 음료수, 심지어 콘돔까지 나왔단다. 연예인은 물론 정치인들의 인터뷰에도 혈액형이 빠지지 않고 나올만큼 그 사람에 대한 주요 정보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피바람이 부는 걸까. 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너무 다양하고 복잡한 시대에 수많은 이와 소통하는 현대인들은 세상을 해석하는 쉬운 방법을 찾고 싶어한다”면서

“누구나 4가지 유형 중 한 가지에는 속해 있는 혈액형으로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검증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액형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피는 못 속이나?

현재의 혈액형 분류법은 1901년 서로 맞는 피와 안 맞는 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ABO식으로 분류, 수혈을 가능케한 오스트리아의 란트 슈타이너가 만든 것이다. 그는 그 공로로 30년 후에 노벨상을 탔다.

혈액형에 대한 가설은 너무나 많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최초의 인류는 O형일 가능성이 높고 A형은 유럽에서 태어났으며 B형은 아라비아에서 출현했다고 한다. 한국인은 A형이 제일 많고(37%) 미국인은 O형이 거의 반에 가까운 47%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혈액형별에 따라 식습관을 달리 해야 한다거나 주의할 질환이 따로 있다는 등의 연구도 늘고 있다. 1997년부터 미국 보스턴 의대 유전센터에서 연구교수로 일하며 혈액형이 인체의 질병, 성격과 연결된다는 임상연구를 해온 산부인과 전문의 김창규씨는 “피에는 호르몬, 신경전달 무릴 등이 있으며 뇌에 깊숙이 존재하는 ‘유전자시계’를 조절하여 인체의 리듬을 유지하는 등 사람의 건강과 유전적 운명을 좌우한다”면서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듯 같은 형의 피를 가진 사람은 성격이나 건강상태가 비슷하다”고 한다.

미국의 자연요법 전문가 피터 디아다모 박사는 〈내 혈액형에 꼭 맞는 즐거운 다이어트〉란 책을 통해 혈액형 다이어트도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소화기관이 튼튼하고 위산분비도 많은 O형은 마음껏 고기를 먹어도 좋지만 유제품과 달걀은 소화가 잘 안된단다. 반면 위산분비가 적고 민감해 위에 병이 많은 A형은 유기농으로 기른 곡물, 채소 등을 먹어야 한다. B형은 균형과 조화를 대표하는 혈액형으로 식단도 균형이 중요하다. 단 옥수수, 메밀, 땅콩은 저혈당증을 유발하는 해로운 렉틴이 들어있어 피해야 한다. AB형은 면역체계가 약해 암,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단다. 생선류와 적포도주를 마시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건강만이 아니라 특정직업에 특정 혈액형이 많다는 각종 설문조사 결과도 자주 소개된다. 한 여성 포털사이트에서 연애할 때 가장 힘들게 하는 남자의 혈액형을 물었더니 절반 이상이 ‘B형 남자!’라고 응답한

이후 B형 남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선보러 나가서 혈액형을 밝히면 상대 여자의 얼굴이 변하더라거나 “혹시 바람둥이 아니세요?”란 누명까지 써 억울하단다.

최근에는 〈사랑하기 힘든, 헤어지기는 더더욱 힘든 B형 남자와 연애하기〉란 책도 나왔고 B형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제작중이다. 실제로 한 B형 남성은 억울해하면서도 “B형은 싫증을 자주 느끼고 구속받는 것을 싫어해 여성들이 친해졌다고 간섭하거나 마누라처럼 굴면 금방 시들해지고 상대의 의견과 상관없이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다”고 공감을 보였다.

헤드헌팅 전문회사 등이 실시한 각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상사와 동료로는 O형이 가장 선호하는 혈액형으로 나타났다. 의리를 중시하고 포용력과 리더십이 있으며 솔직하면서도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반면 생활설계사, 골프선수 등 집요함이 필요한 분야에는 A형이 단연 두각을 보였다. 대한생명이 억대 연봉의 생활설계사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A형이 37-3%로 1위였다. 2003년 국내 남녀프로 골프 상금랭킹 20위의 남녀선수 40명의 혈액형을 조사한 결과로는 A형이 38%로 1위였다. 또 프로농구 선수들의 혈액형 분포를 보면 서장훈 김주성 우지원 등 공격형 선수는 A형, 허재, 이상민, 김승현 등 팀을 이끌어야 하는 포인트가드나 포워드 등 지휘형 선수는 O형이 많았다.

직장을 선택하거나 창업을 할 때도 혈액형 분류가 활용된다. 연세대 취업담당관 김농주씨는 6년간 자신이 면담한 대학생 1,650명의 혈액형과 취직결과를 분석, ‘혈액형과 직업 경력 디자인에 대한 연구’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A형은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며 사람을 끝까지 설득하는 기질이 있어 세일즈맨, 교사 등 사람을 대하는 직업에 적합하고 B형은 기분파에 가깝고 미적 감각이 뛰어나 영상관련 전문직이 유망하고 기획력과 인내심, 포용력이 강한 O형은 군인, 공무원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게 좋다고 한다. AB형은 분석능력이 뛰어나고 합리적이어서 은행 등 금융회사에 취직하면 유망하다고 한다. 미래유통정보연구소가 창업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도 A형은 업종에 상관없이 창업에 가장 적극적인 반면 AB형은 관심이 가장 적고 O형은 주로 외식업을 선호했단다.

혈액형의 FBI효과

이렇게 혈액형에 관련된 숱한 속설이 매일 쏟아지지만 정작 의학전문가들은 물론 타 분야의 학자들도 “혈액형은 가설들만 있을 뿐 과학적으로 검증된 정설은 없고 믿을 게 못된다”고 강조하며 “혈액형으로 돈을 벌려는 혈액비즈니스 때문에 혈액형에 대한 오해만 증폭된다”고 한숨을 쉰다. 일반인들에게는 ABO 혈액형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인간의 혈액형은 600여 가지나 된다는 것. 겨우 4가지로 구분되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규정하여 오해와 편견을 낳고 특정 직업까지 정해놓고 그것에 따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각종 혈액형 전문서적에서 찰떡궁합은 남자 O형과 여자 A형이라고 했지만 한 결혼정보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B형 부부의 결혼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예인 가운데 B형이 가장 많다고 했지만 실제 조사 결과 네 가지가 고루 분포되어 있어 B형이 특별히 연예인에 어울리는 혈액형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혈액형을 말하며 계속 혈액형 비즈니스가 상종가를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대 심리학과 오무라 마사오 교수는 ‘FBI 효과’란 말로 설명한다. 즉 사람의 성격은 원래 규격화할 수 없지만(Free Size) 한번 이름붙여지면(Branded) 마음에 새겨져(Imprinted) 반복되면서 결국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또 사람들은 자기가 인정하고 싶어하는 내용만 수긍하는 경향이 있어 혈액형에 더욱 긍정적이 된다. “동정심이 많고 부드러운 성격”이라고 하면 남의 평가에 관계없이 그렇게 받아들이며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 특히 장점으로 묘사되는 것들에 자신을 투사해 전체가 맞는 것처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혈액형이 100%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어떤가. 이 삭막하고 암울한 시대에 “어머, 당신도 A형이에요?”라고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상대방의 특성을 이해해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는게 아닐까. 나를 알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것, 그것이 21세기의 평화로운 공존법이다.

‘피’를 알면 내가 보인다

A형=자기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과 성실함이 특징.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

하고, 모두에게 잘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에 주변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속으로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 유난히 자존심이 강하고 남의 말에 상처를 잘 입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을 쓴다. 누가 자기 욕을 하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끙끙 앓는 형.

외향적으로 보여도 실제 내면은 조심스럽고 세심하며 내성적이다. 대체로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데 스스로를 불신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주변도 잘 안 믿는다. 그러나 한번 친구가 되면 깊은 우정을 나눈다.

B형=사교적이지만 규율이나 규칙, 속박을 싫어한다. 생각이 유연하고 발상이 기발해 아이디어맨이란 평을 듣는다. 항상 활기찬 표정과 즐거운 화제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싫증을 잘내 변덕스럽다는 말도 듣는다. 친구는 많지만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는 소수이며 대인관계에도 흥미를 잃으면 시들해져 상대방에게 서운함을 주거나 바람둥이란 오해도 받는다. 어떤 난관에 봉착해도 “잘 될 거야”라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며 다시 일어선다. 돈이나 명예보다는 그저 일한다는 즐거움으로 몰두하기도 하고 귀찮거나 흥미없다고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AB형=머리회전이 빠르고 냉철하며 통찰력도 예리해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놀랍다. 매우 합리적이며 분석력, 비판정신도 강하며 인생관도 뚜렷하고 자신이 타당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일 대 일로 만나면 부드럽고 남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친절하다는 칭찬을 받기도 한다. 반면 변덕이 심해 이중인격자란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너무 타산적이어서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미련없이 포기한다. 뒷심이 약한 것이 탈

O형=활동적이고 리더십이 뛰어나다. 따스한 인간성과 목표로 하는 일에 대한 추진력이 장점이다.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굽히지 않고 남을 인정하지 않아 완고해 보인다. 동료의식이 유난히 강해 주로 음식을 함께 먹거나 같은 목적을 갖고 행동하며 일체감을 느낀다. 무엇이건 자신이 노력해 해결하려 하며 체력, 지력, 경제력 등 힘의 역학관계를 중요시한다. 무슨일이건 대범하게 처리해 거칠어 보인다. 친해지면 오히려 함부로 대해 주위사람들을 언짢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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