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와 리눅스

업데이트:

요즘 안드로이드를 보고 있으면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잘 만들어진 플랫폼과 개방성, 그리고 오픈소스와 같은 것들은 리눅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더구나 당시 리눅스가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플랫폼의 대명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할 수 있는 대항마로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애플과 경쟁하고자 하는 안드로이드와 쏙 빼닮았다. 리눅스는 무료였고, 개방되어 있었다. 때문에 리눅스는 기회의 땅이었고 미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과연 리눅스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는지 살펴보자. 물론 나는 지금도 리눅스를 사랑하고 윈도우 보다 훌륭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리눅스에 정말 미쳐 있었다. 결과적으로 리눅스는 윈도우를 (대중적으로) 이기지 못했다. 서버에서 두각을 보였지만 흔히 말하는 최종 소비자를 리눅스로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왜일까? 난 그것이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힘이라고 본다.

주변에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나 리눅스 사용해.”라고 하면 가장 처음 듣는 소리가 그것일 것이다. 아, 이건 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겠다. 그건 바로 “그걸로 뭐해? 게임은 잘 돌아가? 인터넷은 잘 돼?” 정도이다. 인터넷이야 워낙 우리나라 웹 호환성이 후져서 그런거니 논외로 치고, 나머지 얘기는 결국 그만큼 플랫폼을 받쳐줄 SW의 부족함을 일컫는 것이다. 당장 게임부터 안돌아가지 않는가!
안드로이드가 지금 딱 그 짝이다. 개방성이니 허울은 좋지만 그 개방성 때문에 SW가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불법 SW로 넘쳐난다면? 그럼 어느 개발자 혹은 개발회사가 그 플랫폼의 SW을 만들겠느냐. 애플이 폐쇄적이다 욕을 하지만 앱스토어는 개발자인 내가 봐도 SW 수익구조를 깨끗하고 건전하게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 뒀다.

또한 폐쇄적이라고 말하지만 그 덕분에 사용자는 동일한 컨트롤에게서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즉, 아이폰 특정 앱에서 리스트를 슥 드래그 하면 삭제라는 버튼이 뜬다고 하면 다른 어떤 어플에서도 동일하게 동작한다는 말이다. 그토록 개방성을 좋아하는 안드로이드 앱은 너도나도 알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해당 앱의 리스트 항목을 지우기 위해서 긁어도 보고, 길게 눌러도 보고, 메뉴 버튼을 눌러도 봐야 한다. 누굴 위한 개방성인가? 개발자를 위한 개방성? SW는 누가 쓰는데?

사람들은 애플의 WWDC 행사를 하면 전세계의 광신도 애플빠들만 거기 모이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저기 온 사람들 대부분은 SW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애플이 그들을 먹여 살려준다. 그러니 열광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지금까지 결과로 봤을 때, 애플만큼 그들을 먹여 살려주지 못한다. 그저 많이 쓰는 플랫폼이니 구색만 맞춰줄 정도의 플랫폼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나라 통신사들도 지금까지 위피(WIPI)로 SW 업체들 등쳐먹고 피 빨다가, 이제와서 자기네 마켓에 올려라~ SW 개발자 육성한다~ 라고 해본들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냐 이말이다.

왠지 안드로이드가 리눅스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미 안드로이드의 개인 SW 개발자들은 수익구조 때문에 다시 iOS로 돌아섰고… 그나마 안드로이드는 또 제조사나 대기업에서 하청을 줘서 SW 만드는 과거의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앞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무궁무진하게 쓰일 거라는데에는 나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 플랫폼이 iOS처럼 SW 개발자들의 부흥기를 다시 불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글쎄요, 아닐것 같습니다.

p.s. 프로그래밍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누구나 들어봤던 플랫폼이 리눅스였고, 리눅스 배포판은 넘쳐났다. 지금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대신 광대한 리눅스 배포판 계보도를 첨부파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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