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 프라이빗 AI 모델 개발한다

현대오토에버가 자체 프라이빗 LLM 개발에 착수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현대오토에버, 프라이빗 AI 모델 개발한다…그룹사 확산 전망 - 전자신문


GPT와 같은 퍼블릭 LLM을 사용하다가 온프레미스 프라이빗 모델로 전환하는 흐름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보안이 민감한 영역에서 외부 API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눈길을 끄는 점은 현대오토에버가 국가핵심기술 분야를 명시적인 첫 번째 적용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것입니다. 자율주행, 철강과 같은 76개 핵심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규정보다 앞서 상식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제가 더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이 결정의 비용 구조입니다. 초기 인프라 비용은 퍼블릭 API보다 훨씬 큽니다. GPU 서버, 운영 인력, 모델 유지보수까지 모두 감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처럼 계열사가 많고 AI 활용 빈도가 높은 곳에서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 API 호출 단가가 고정이 아니고, 사용량이 늘수록 클라우드 비용은 선형적으로 증가합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게 됩니다.

sLLM, 즉 소형 언어 모델 개발도 고려 중이라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대형 모델을 무조건 적용하는 방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특정 업무에 특화된 소형 모델이 같은 작업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 문서 처리, 차량 SW 매뉴얼 응답처럼 도메인이 좁고 반복성이 높은 작업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맞춤형 모델이 범용 대형 모델보다 실용적인 영역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이 흐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입니다. AI 내재화는 선택지가 아니라 방향이 되고 있습니다.

2023~2024년에는 “어떤 LLM API를 쓸 것인가”가 주요 질문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우리 데이터와 인프라 위에서 돌릴 것인가”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이번 결정은 그 전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체 모델 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좋은 모델을 만들려면 데이터, 컴퓨트, 사람이 모두 필요합니다. 그 중 가장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기사에서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그 맥락에서 읽힙니다. 기술 전략이 인재 전략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룹사 확산 전망이라는 부분도 현실적입니다. 현대차, 현대제철, 기아와 같은 계열사들이 같은 베이스 모델을 공유하면서 각자의 도메인 데이터로 파인튜닝하는 구조라면, 초기 개발 비용을 나눠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IT 계열사가 그룹 AI 인프라를 맡는 구조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입니다.


결국 이 기사는 기술 뉴스라기보다 기업 전략의 무게 이동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외부 의존에서 내부 역량으로, 범용에서 특화로. 그 방향은 맞습니다. 실행이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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