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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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한으로 몰려보는 기분이란 이런 것인가? 내가 그렇게 불량하게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홍대에서 내려서 집으로 가려는데 지하철 개찰구에서부터 쭈욱 내 앞에 가는 한 여성분이 자꾸만 뒤를 흘끔흘끔 쳐다봐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았건만 이상하게도 나랑 방향이 계속 같은 것이 아닌가! 그러니 그 여성분은 안그래도 처음부터 뒤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판에 나도 같이 어색해졌다. 정말 재미있게 우연의 일치로 우리집으로 가는 골목까지도 거의 일치했으니 이건 더 뭐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조금 웃긴 사실 하나는, 보통 여자들이 무서움에 종종 걸음으로 그렇게 빨리 걸으면 되려 보통 남자들이 걷는 속도랑 비슷해져서 계속 남자가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거다. 그 사람 많은 홍대앞 큰길에서 그냥 자기 걷던대로 걸으면 알아서 남자가 지나갈 것이 아닌가! 만약 그랬는데도 남자가 속도를 맞춰 따라온다면 그게 정말 문제겠지…

결국 여자분은 나름대로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가고 난 그냥 따라 걷다보니 뒤쫓는 모양새가 나와버린 것… 더구나 골목길까지 방향이 같았으니 오죽하겠는가….

그 여자분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막상 앞에서 계속 그런 눈으로 흘끗 뒤돌아보며 나가는 사람 뒤에서 그냥 우리집으로 가는 내 기분 또한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더라.

따라서 오해를 사지 않는 몇가지 치한 판별법 - 병아리 판별도 아니고 무슨 - 을 제시한다. 두둥~

[이러면 치한이 아닐거에요]

  1. 보통은 남자걸음이 여자보다 빠르다. 괜히 종종 걸음으로 빨리 걷지말고 평소처럼 걷거나 아님 더 늦게 걸었는데도 꾸준히 일정거리를 유지한다면 의심. (뛰지 않는한 괜히 빨리 걷는건 도움이 안됨. 자기만 바보됨. 남자도 바보됨)
  2. 사람을 뒤쫓아 추격할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뒷사람이 자신과 같은 방향이라도 움직이는 동선이 나랑 틀리다면 그건 뒷사람이 자신을 의식하지 않고 걷고있다는 증거. (괜히 생사람 잡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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